민주당 디지털자산기본법 논란: 스테이블코인 은행 중심 규제 강행으로 한국 크립토 산업 '필망' 위기?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법) 제정 방향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당초 디지털자산TF에서 제시한 산업 육성 중심 혁신안이 사실상 포기되고, 금융위원회의 규제 중심 안이 대폭 수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핵심 쟁점인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 중심으로 제한하고, 거래소 대주주 지분 소유를 15~20% 수준으로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 2월 초 이정문 의원실과 5대 원화마켓 거래소(업비트·빗썸 등) 대표단 회동에서 확인됐다. TF 관계자들은 “정책위 의장이 금융위 손을 들어줬다”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TF안은 민간 법인 발행 허용과 과도한 지분 규제 반대를 골자로 했으나, 금융위의 막판 요구가 직통으로 정책위에 관철된 것으로 전해진다.
가장 큰 논란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다. TF안은 민간 기업(핀테크·대기업 포함)의 다양한 발행을 허용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려 했으나, 금융위와 한국은행의 반대로 은행(또는 은행 과반 지분 컨소시엄) 중심으로 제한됐다. 최근 여당 논의에서는 발행인 자본금 최소 50억 원, 은행 지분 50%+1주 이상 컨소시엄 우선 허용 방침이 유력하다. 업계는 “삼성페이 같은 혁신조차 막는 꼴”이라며 “달러 기반 USDT·USDC에 시장이 잠식당할 필망(必亡)의 길”이라고 비판한다.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도 심각한 문제다. 금융위는 대주주 1인 지분을 15~20%로 제한하는 방안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는 경영 효율성 저하와 신사업 동력 상실을 초래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은 국경이 없는데 한국만 족쇄를 채우면 바이낸스 같은 해외 공룡에 안방을 내줄 판”이라고 지적했다. 중소형 거래소의 생존 위협도 커진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한국 규제의 엄격함이 두드러진다. 미국은 GENIUS Act(2025)를 통해 민간 발행자를 허용하고, 1:1 고품질 준비금(현금·단기 국채) 유지와 월간 감사 의무를 부과하나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다. 와이오밍주는 지자체 발행까지 허용해 재정 효율을 높이고 있다. EU MiCA(2023 시행)는 자산 참조 토큰(ART)과 전자화폐 토큰(EMT)을 구분해 민간 발행을 허가하며, 100% 저위험 자산 백업과 정기 공개를 요구한다.
싱가포르 MAS 프레임워크는 단일 통화 페그 스테이블코인에 한해 민간 발행을 허용하고, 고품질 유동 자산 백업과 5영업일 내 상환을 의무화한다. 홍콩·영국도 민간 중심 라이선스 체계를 도입해 유연성을 유지한다. 공통적으로 100% 준비금과 AML/KYC를 강조하나, 한국처럼 은행 독점이나 과도한 지분 제한은 거의 없다. 이러한 글로벌 스탠더드는 혁신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한다.
한국 규제는 ‘관치 금융’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는 “갈라파고스 규제”가 될 경우 글로벌 트렌드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민주당은 2월 중 정책위 안 형태로 법안을 발의할 전망이나, TF 실무진 사이에서도 “차라리 만들지 않는 게 낫다”는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블록체인·디지털자산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다. 규제 명확화는 필요하나, 과도한 제한은 산업 경쟁력을 갉아먹을 뿐이다. 정책 당국은 해외 사례를 면밀히 검토해 균형 잡힌 입법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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